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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내미는 손, 그 안에 담긴 20년의 사랑"
나는 자연인이다 656회 김00·임00 부부 자연인의 이야기. 서울의 바쁜 삶을 떠나 산속에 보금자리를 만든 두 사람의 소박하고 따뜻한 동행기.
🏡 서울을 떠나 다시 찾은 고향의 품
집 앞 계곡물 소리, 뒤편 능선의 숲. 부부가 손수 지은 이 산속의 단층집은 얼핏 보면 2층 같지만 하나하나 손으로 다져 만든 마당과 처마가 온통 그들의 손길로 완성됐다. 2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보금자리다.
경남 출신 김00(75), 임00(75) 부부는 젊은 날 서울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만났고, 그 후 긴 도시 생활을 함께 견뎌냈다. 말없는 남편과 수다스러운 아내. 정반대의 성격이었지만 삶을 함께 만들어왔다.
🧵 함께 견딘 도시의 시간, 그리고 귀촌의 결심
서울에서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벌던 시절도 있었지만, 인생의 무게는 돈만으로 감당되지 않았다. 시부의 술과 외도로 인한 가족의 갈등, 반복된 이별과 재회의 고비들. 00 씨는 몇 번이나 짐을 쌌지만, 매번 자신을 찾으러 온 남편을 보고 돌아섰다.
결국 둘은 도시를 떠나 산속으로 향했다. 남편은 “세탁소 기름 냄새가 싫어서 왔지요.”라 했고, 아내는 “서울에선 살 수가 없었어요.”라 했다.
🌱 자연과 함께 짓는 하루
지금의 삶은 단순하지만 충만하다. 나무를 깎고 벽을 세우며 직접 만든 집에서, 아내는 깔깔 웃고 남편은 말없이 응시한다. 서로의 기호는 달라도 마음만큼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아내가 조용히 손만 내밀면, 남편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손보는 것은 우물.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우물 뚜껑을 열고 찬물로 묵은 때를 닦아낸다. 쑥을 뜯고 두릅을 따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지만, 저녁이면 꼭 마주 앉아 웃는다. 서로의 짐이 아닌, 서로의 쉼이 되어주는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