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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바다 사이, 완도에서 찾은 고요
난대림이 품은 완도수목원, 끝없이 이어진 명사십리해변, 청산도 슬로길… 완도의 고요한 숲과 바다에서 마음을 쉬어가는 느린 여행 이야기.
섬으로 향하는 길,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 바다를 가로지르면, 육지의 분주함이 파도 소리에 녹아 사라집니다. 완도(莞島)는 ‘멀리 왔다’는 느낌보다, ‘천천히 머물러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먼저 줍니다.
완도수목원, 온화한 숲이 품은 푸른 숨결
국내 최대 난대림인 완도수목원은 온난한 기후 덕분에 사계절 내내 푸릅니다. 죽림 터널을 지나 목재 데크길에 들어서면 지상의 소음이 뒤로 물러나고, 숲의 숨결이 귓가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향나무 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며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풀리는 걸 느끼게 됩니다.
신지 명사십리해변, 모래와 파도가 건네는 침묵
‘십리(約4km)쯤 이어진 모래’라는 이름 그대로, 신지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백사장은 길고도 한적합니다. 해질녘 물든 하늘 아래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위로를 건넵니다. 맨발로 모래를 밟고 걸을 때, 모래알 하나하나가 발끝을 따라 마음을 다독여 주는 듯합니다.
청산도 슬로길,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
완도항에서 약 50분, 슬로시티로 유명한 청산도에 닿으면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웁니다. 해안 길 따라 이어진 초록 논과 돌담, 간간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대— 이곳에서는 계획 없는 걷기가 가장 온전한 여행 방법이 됩니다.
섬마을 작고 따뜻한 카페, 잔잔한 호흡의 시간
완도 읍내나 신지해변 뒤편에는 현지 주민이 직접 꾸민 소박한 카페들이 숨어 있습니다.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창가에서 해풍에 식지 않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해파랑빛 바다와 손끝의 온도가 서로 다른 언어로 “괜찮다”고 속삭입니다.
돌아가는 배 위에서, 나는 조금씩 가벼워져 있었다
다시 육지를 향해 떠나는 배 위, 바다와 숲이 남긴 고요가 마음에 머뭅니다. 완도의 풍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드는 위로를 건넵니다. 흐르는 물결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그 시간은 분명 나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